-이전 글에 이어
우리나라의 2002년 월드컵과도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던 그날의 뜨거운 베트남은 숙소로 돌아오는 길도 쉽지 않았다. 사람들은 여전히 광난의 밤을 보내고 있었고 여기저기서 술판을 벌이고 있었다.
그런 길을 뚫고 골목으로 들어서려는 순간 베트남 공안 (경찰)들이 나에게 손짓을 했다.
응? 나 뭐 잘못 안했는데?
저녁으로 햄버거 하나 먹고 난 그렇게 공안에게 붙들려가게 되는 가난한 출장자의 인생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을 무렵. 공안들의 행동을 보니 나에게 길을 가리키며 베트남말로 이야기를 했다.
그 순간 나도 바닥을 보게 되었고 그곳에는 피가 흥건히 고여있었다. 순간 나도 놀래서 발을 조심스럽게 뗐고 그곳을 지나치며 알고보니 축구 경기로 인해 흥분한 사람들이 술도 취했겠다 흥이 올랐는지 싸움이 일어났었나보다. 그래서 공안이 출동하게 되었던 것이고 그곳을 난 지나치게 된 것이다.
아 식겁했네.
아무튼, 우리는 외노자니까 조심해야 한다. 항상.
밤새 쿵쿵대던 길거리를 뒤로 하고 난 숙소로 돌아와 아이패드를 켰다. 출장때 있던 심심함을 날려줄 수 있는건 아이패드에 넣어놨던 영화와 유투브로 보는 한국 드라마들, 그 중에도 가장 즐겨했던건 "사랑과 전쟁" 시즌도 길었어서 그냥 틀어놓고 시간을 보내기에 좋다. 아내와 통화도하고 그렇게 난 잠에 들었다.
호치민 거리를 다니다보면 가끔 마주치게 되는것이 한국 식당이다.
요즘은 한식당이 많아졌겠지만 그때 당시만 해도 지금의 한류까지는 아니였고 한인이 운영하는 그런 곳에 한국인이 가서 향수를 잠시 잊는 그런 곳이라고 해야할까. 난 한번도 가본 적은 없지만 간간히 보인다.
그리고 또 신기한건 짝퉁 한국산 제품들.
분명 간판이 한글이다. 그래서 들어가보면 한글이 여기저기 있고 제품에도 온통 한글인데 재미있는건 죄다 엉터리 번역기로 돌려 붙인것들이다. 직원들에게 물어보면 모두 한국꺼란다. 응? 나 한국사람인데.
공장쪽 동네도 다니다보니 점점 발전하고 있었다. 그 전에는 아주 오래 된 호텔 (깍상이라고 한다.)밖에 없었지만 어느순간엔가 그나마 좀 현대식 호텔이 들어섰다.
엘리베이터가 생겼고 카드키가 있어야 탑승이 가능하다. 그리고 카드키로 방에 들어갈 수 있으며 옥상에는 작은 카페테리아가 있었다. 나중에는 조식까지 할 예정이라는 호텔 사장. 나보다 한살인가가 어렸다.
베트남 공장에선 보통 (중국도 마찬가지지만) 토요일까지 근무를 한다. 그렇기에 토요일 퇴근을 조금 일찍하면서 호치민 시내로 나오게 되는데 난 나중에 이것도 싫었다. 괜히 힘들기만 했고 (차가 느므 막힌다.) 어설프게 하루를 시내에서 보내다가 시외버스를 타고 들어와야 하는 그런 힘듦이 싫어 언젠가부터는 그냥 호텔에 머물렀다.
그러다 한번은 청소한다고 나가라해서 옥상으로 나왔다.
밥도 먹고 커피한잔도 하며 일을 했고 놀기도 했으며 심심했지만 조용한 휴일을 보내곤 했다.
정글이 우거지는것 같은 공장지대에 있는 호텔은 우리나라로 치면 시 보다는 면 정도의 크기라고 하면 될것 같다. 그래도 시내라고 가장 번화가인곳도 있고 쇼핑센터도 있다. (그래봤자 큰 슈퍼마켓이지만 말이다.)
간혹 나가 빵집에 들려 빵도 사오고 슈퍼에 들려 생필품도 사온다. 그러다보면 가끔 공원들도 마주치고 서로 대화는 안되지만 악수도 하고 인사도 하는 그런 사이가 된다.
옷도 마찬가지겠지만 가방도 어떤 가방을 만들어 봤던 패턴사인지에 따라 구현해 내는 실력이나 느낌이 다르다. 어떤 느낌의 가방을 원했고 그렇게 스케치 해서 보여주며 레퍼런스를 참고해 보여주면 그대로 구현해 내거나 비슷하게 만드는데 중요한건 그 작은 디테일과 마감 스타일이다.
차후 우리나라에 있는 패턴사와 가방 개발을 한번 진행한 적이 있는데 이곳은 같은 종류의 가방이었지만 조금은 값이 싼정도의 가방이어서인지 그 느낌을 살리지 못했다. 경력은 꽤 오래 되신 분이나 느낌이 살지 않는, 클라이언트도 나도 많이 아쉬웠던 그런 개발이었다.
이때의 나도 점점 나이가 들어가서인지 가방에 넣고 다니는것을 조금씩 줄여가고 있었다.
출장자이기에 업무에 필요한 대부분의 것들을 가지고 다니게 되는데 한동안은 정말 가방에 많은 것들을 넣고 다녔고 옷가지부터 생필품 그리고 업무에 필요한것들까지 모두 들고 다녀야 하기 때문이다. 백팩 뿐만 아니라 캐리어에도 한가득 가지고 다녔기에 나중에는 백팩에는 점점 짐을 줄이게 되었다.
그리고 이때 나는 한국에서 방문하셨던 사장님을 모시고 베트남의 여러 공장들을 다니며 시장조사를 하게 되었고 이후에는 중국으로 넘어가 전시회 참관 후 한국으로 돌아가는 일정이었다.
그렇게 난 사장님들을 만났고 베트남 공장 이곳 저곳을 다녔으며 잠시 중국으로 넘어갔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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