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에 이어,
꽤나 오랜 기간 동안 중국으로 출장을 다녔던 나는 출장 생활을 마치고 잠시동안 국내에 머물며 업무 정리와 팀 재편 및 관리를 했다. 그러다 몇 번의 수출건으로 3자 수출을 진행했고 바이어 측에서 이런 요구를 받았다.
백팩 좀 만들어줘.
갑자기? 회사 내부에서 백팩을 출시한 적은 있었지만 그 이후 만들지는 않았었는데 갑작스럽게 우리 회사에서 가장 큰 바이어가 백팩을 만들어 달라고 한다. 문제는 중국에 있던 공장은 백팩 만들기에 최적화가 되어있지 않다.
이는 공장의 라인 설계와 관계가 있는데 중국에서 만들어내곤 했던 가방의 스타일은 숄더백이며 핸드백에 가까워 몇 개의 라인을 사용해 뽑아내야 하는 백팩과는 차이가 있었다.
그렇다고 우리 가방이 일반 가방이 아니라 기능성이 들어가야 하는 가방이라 일반적인 공장에서는 생산이 어렵다. 그렇기에 기존에 진행했었던 공장을 다시 찾게 되었고 그곳이 바로 베트남이었다.
기존에 있던 백팩 라인을 계승하며 조금 더 달라져야 하고 디자인이나 원단 스타일을 변경시켜야 했다. Ver. 2를 만들어야 하니까 말이다.
일단 공장에서도 OK가 떨어졌고 생산을 진행 해 주기로 했으니 (당시 메인 생산 업체와의 관계도 있고 한 개의 라인을 우리가 가져가야 하는 것이니 상대편과도 협상이 있어야 한다. 다행히 모두 ok) 내가 할 일은 디자인부터 시작해 원단 결정과 수납에 관한 부분 그리고 스타일링과 편의성까지 모두 만들어야 했다.
내 위에는 사수가 없었고 내가 혼자 모든것을 결정하고 만들어 내야 했던 시절이다.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비슷한 가격대의 가방을 찾아내어 구매를 해 보고 어떻게 어떤 재질의 원단을 사용했는지 그리고 몇 리터의 수납이 가능한지도 판단해야 하며 어떤 부자재를 사용해야 튼튼하고 편리한지도 봐야 한다. 내구성은 기본.
첫 베트남 출장은 단 2주로 결정되었다.
보통 베트남은 무비자 입국시 14일의 체류기간만 허용하는데 처음 한번 해 보고 괜찮다 싶으면 장기 출장으로 변경될 예정이라 일단은 무비자로 출국했고 이때부터 내 고난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2주 만에 백팩 샘플 2건 만들기.
어렵지 않냐고? 어렵다.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한 명의 패턴사를 옆에 붙여 줘도 어지간한 케미가 있는, 손발이 많이 맞춰진 상황의 디자이너와 패턴사라고 해도 쉽지 않은 시간이다. 그리고 샘플링을 하는 인원들의 센스도 한몫을 하는데 다행인 건 그 공장의 패턴사가 실력이 좋다. 그리고 두 명의 패턴사가 있으니 가방 하나씩 맡으면 된다.
내가 있던곳은 호치민이다. 옛 사이공이고 남 베트남의 수도인데 (하노이는 행정수도) 이곳을 갈 때마다 생각나는 건 영화 "지옥의 묵시록"이 자꾸만 생각난 건 왜지?
이곳 공장도 호치민 탐 손 낫 공항에서 차로 한 시간 반 가량을 가야 한다. 이곳은 중국에 비해 거의 10년은 뒤쳐진 경제 상황이지만 사는 데는 나쁘지 않다.
그렇게 2주간의 베트남 출장 생활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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